art-flow 님의 블로그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 당신의 하루에 작은 울림을 전하는 [문화 예술]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 2025. 4. 15.

    by. art-flow

    목차

      1. 창작자가 된 AI, 예술은 어디로 가는가?

      “AI와 창작자의 협업: 영상 콘텐츠의 미래가 시작되다”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한 기술적 보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편집의 논리를 학습하며, 심지어는 감정 기반 서사 구조까지 제안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창작자의 역할, 예술의 정의, 감성의 의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AI가 제작한 영상은 유튜브, 광고, 단편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단순한 기술 실험으로 보기엔 그 예술적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DeepDream', 오픈 AI의 'Sora', Runway ML, Kaiber 등의 툴은 AI가 이미지를 넘어 동적인 영상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술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이라는 새로운 감각의 미학을 탄생시킵니다. 우리는 지금, ‘AI가 창작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나아가, ‘AI와 함께하는 예술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묻는 전환의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는 단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입니다. 영상 콘텐츠는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중심에 ‘창작자’의 재정의가 놓여 있습니다.

      2. AI 영상 생성 툴의 종류와 실제 사용법

      AI 기반 영상 생성 툴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발전하며, 일반 창작자부터 전문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툴은 기존의 영상 제작에서 필연적이었던 카메라, 배우, 세트 없이도 창작을 가능하게 하며, 시나리오 기반 자동 영상 생성, 스타일 변환, 음성 기반 장면 생성까지 지원합니다. 대표적인 툴로는 Runway ML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영상 클립을 생성하거나, 기존 클립을 원하는 스타일로 리타겟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텍스트로 “밤의 도시를 배경으로 걷는 남자”라고 입력하면, 해당 시나리오에 맞는 시각적 영상이 생성됩니다. 영화 제작자 겸 아티스트 Paul Trillo는 Runway를 활용해 <Thank You for Not Answering>이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으며, 영상의 스타일은 고전 누아르와 디스토피아적 감성을 혼합한 독특한 미학을 보여줍니다. 또한 Kaiber AI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뮤직비디오 생성에 특화된 툴로, 이미지 또는 텍스트로 시작해 음악의 리듬과 분위기에 따라 장면을 자동 생성합니다. 실제로 미국 밴드 Linkin Park는 사망한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미공개 곡에 Kaiber로 제작한 AI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AI가 감정 기반 콘텐츠 제작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또 다른 주목할 툴은 Sora by OpenAI입니다. Sora는 매우 현실적인 물리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영상화하며, 영화의 시나리오 제작 단계부터 시각화 도구로 활용됩니다. 이와 함께 Adobe Premiere Pro, After Effects 등 기존 영상 편집 툴도 AI 플러그인과 연동하여 자동 자막, 음성 분석 편집, 색보정 제안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도구는 단순한 자동화 툴이 아니라, 창작자가 상상만 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 있어 기술적 파트너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AI 영상 툴은 창작의 속도와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미적 실험과 시청각 감각의 재조합을 가능하게 합니다.

      3. 창작자의 역할 변화: 감독이 아닌 큐레이터의 시대

      AI가 창작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전통적인 ‘감독’ 또는 ‘작가’의 개념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창작자는 ‘전 과정을 통제하는 창조자’라기보다, 다양한 결과물을 조직하고 선택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에서의 통제 중심 창작에서, 선택 기반 창작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AI 영상 생성기는 수많은 시각적 결과를 빠르게 제시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창작자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미학적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때 창작자는 AI가 생성한 결과 중에서 의미 있는 조합을 찾고, 그것을 서사로 엮어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아티스트 Claire Silver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조합해 디지털 회화 스타일로 재구성합니다. 그녀는 “나는 이제 붓 대신 알고리즘과 대화한다”라고 말하며, 창작자의 정체성을 조율자 혹은 공동 저자로 정의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영상 분야에서도 창작자의 역할은 ‘결정하는 자’에서 ‘선택하고 정리하는 자’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의 민주화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기술적 숙련 없이도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창작자의 개념은 ‘능력자’에서 ‘관점의 소유자’로 확장됩니다. 즉, 아이디어와 감성, 관점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가 더욱 주목받게 되는 것입니다. 감독이 아닌 큐레이터로서의 창작자는 이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선택하고 배열할 것인가’를 통해 예술적 메시지를 구축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창작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이동입니다.

      4. AI와 인간의 감성 차이, 조화의 방법은?

      AI는 창작의 구조와 스타일을 빠르게 모방하고 생성할 수 있지만, 인간만이 가진 섬세한 정서의 층위—상실, 회복, 연민, 아이러니 등—를 완벽히 재현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창작 환경에서는 ‘정서의 밀도’라는 요소가 중요한 비교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예술의 현장에서 이 감성 차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감성의 '속도'와 '깊이'에서 AI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AI는 데이터셋에 기반해 수많은 예술적 스타일을 조합하고 추론할 수 있지만, 인간의 창작은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적 맥락을 내포합니다. 예컨대 AI는 이별 장면을 그릴 수는 있어도, 그 이별이 만들어내는 침묵의 무게와 여운을 생경한 방식으로만 다룰 수 있습니다. 반면 인간 창작자는 삶의 복잡한 감정을 순간의 이미지나 음향, 정지된 장면에 농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경쟁보다 협업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아티스트 Refik Anadol의 AI 아트워크는 기계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상적인 시각 세계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는 이 데이터에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는 작업을 인간 큐레이터로서 직접 수행합니다. 이는 감성의 구조를 인간이 설계하고, 감각의 확장을 AI가 구현하는 이상적인 협업 모델입니다. 또한 AI의 감정 처리는 ‘논리적 공감’이 아니라 ‘패턴 기반 감정 모사’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일본의 미디어 아티스트 이시가미 마사유키는 AI가 만든 서정시와 인간 작가의 시를 혼합해 만든 영상 작품에서, “AI의 감정은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 감정의 반사광”이라며 감성 조화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AI와 인간의 감성은 상보적일 수 있으며, 핵심은 창작의 중심에 인간의 ‘해석’과 ‘맥락’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감정은 코드로도 표현되지만,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해석될 ‘의미’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화는 AI의 창의성과 인간의 감수성이 서로를 확대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5. 영상 기반 아트 프로젝트에서의 AI 활용 사례

      AI는 예술 프로젝트의 조력자에서 이제 공동 창작자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영상 기반의 뉴미디어 아트가 있습니다. 특히 예술가들이 영상의 시간성과 시청각 서사 구조를 AI와 결합하면서,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Refik Anadol의 《Machine Hallucinations》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디지털 아카이브 수십만 개를 학습한 후, 그 시각적 기억을 ‘꿈처럼’ 재구성한 영상 설치 작품입니다. 관객은 거대한 LED 스크린을 통해 AI가 본 미술사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영상예술이 AI의 상상력과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202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한국 작가 정연두가 AI 기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 한국 전통 이야기, 지역 문화 자산을 텍스트 데이터로 학습시킨 후, 이를 통해 생성된 영상 이미지들을 물리적 전시 공간과 함께 설치하여, AI가 전통문화를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광고 산업에서도 AI 영상 프로젝트는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광고 회사 Wieden+Kennedy는 Nike의 캠페인 영상에서 AI가 직접 장면 구성을 제안하고, 스토리보드를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AI와의 협업을 시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AI의 시선으로 본 인간의 도전’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AI가 영상의 주체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AI 뮤직비디오도 확산 중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뮤지션 Grimes는 자신의 곡 <Player of Games>에 대해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한 것 같다”고 언급하며, 자신이 원하는 미학과 감성을 AI에게 지시하고,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 사례를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AI가 창작의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예술에 어떠한 새 지평을 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합니다.

      6. 인간의 감성과 기술의 협주, 그 경계에서 피어나는 예술

      AI가 영상 콘텐츠 창작의 주체로 등장한 지금, 우리는 ‘기술 vs 인간’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기술과 인간의 협주’라는 새로운 예술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협주는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감각과 논리, 감성적 맥락과 연산적 구조 사이의 예술적 대화이며, 그 결과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상 언어를 탄생시킵니다.

      이 협업은 또한 예술의 정의 자체를 재구성합니다. 과거 예술은 '표현자의 내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창작의 구조와 네트워크'에 중심을 둡니다. AI와 함께하는 창작은 예술의 주체를 다양화시키고, 감정의 계보를 기술적으로 실험하게 하며, 전통적인 창작자-작품-관객의 삼각 구도를 확장시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냈는가’입니다. 인간의 감성은 여전히 창작의 시작점이자 정서적 닻이며, 기술은 이를 가시화하는 매개체로 작동합니다. 이 둘의 협업은 감성적 깊이와 기술적 확장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이제 인간의 경험과 기억, 정서가 AI와 만나 시청각적 예술로 변환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술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AI와 창작자의 협업”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이미 시작된 새로운 예술의 현재입니다.